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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사실이 사업 성공의 배경이죠"
| 베스트베이비
2010년7월호 | 작성일:2010-07-07 14:38:14 | 조회수:143 | 추천수:0
 

스팀청소기로 대박 신화 쓴 (주)한경희생활과학 한경희 대표


“엄마라는 사실이 사업 성공의 배경이죠”

 

‘워킹맘, 연 1300억원 버는 CEO가 되다.’ (주)한경희생활과학의 한경희(47세) 대표의 성공담은 드라마틱하다. 12년 전만 해도 평범한 맞벌이 주부였던 그녀는 이름도 생소했던 ‘스팀청소기’ 하나로 대기업 중심의 생활가전업계 시장의 판도를 바꾼 인물. 안정된 공무원의 길을 마다하고 느닷없이 ‘청소기 사업’에 뛰어든 스토리는 업계에서 꽤나 유명하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주말의 주요 일과가 집 안 대청소였어요. 주중에는 직장 다니랴, 아이 키우랴 눈코 뜰 새 없으니 사실 일요일 한나절 정도는 쉬고 싶잖아요. 하지만 게으름을 피우면 온 식구가 일주일 내내 먼지 속에 살아야 하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밖에 없었죠. 어느 날인가 무릎을 꿇고 바닥을 훔치다가 ‘정말 청소만 안 해도 살겠다’ 싶더라고요.”
그녀는 ‘주부에게 왜 청소가 괴로운가’를 역으로 따져보기 시작했다. 가사 분담이 잘 되는 가정이라도 집 청소를 할 때 대개 남편은 진공청소기, 아내는 물걸레를 집어든다. 그런데 이 물걸레질의 노동 강도가 장난이 아니다. 무릎을 꿇고 온 바닥을 돌아다니며 구석구석 힘주어 닦아야 먼지와 묶은 때가 제대로 빠지기 때문. ‘청소 한 번 하고 나면 진이 빠진다’는 말도 과장이 아니다.
“어차피 온돌 문화라 물걸레질을 안 할 수는 없어요. 무언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퍼뜩 ‘스팀청소기’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고온 스팀으로 바닥을 닦는다면 먼지 제거와 물걸레질을 동시에 할 수 있겠더라고요. 걸레를 따뜻한 물에 빨면 더 잘 닦이잖아요.”
아이디어 하나만 믿고 직장을 정리한 건 결혼 3년차, 큰아들이 첫돌을 막 지났을 무렵이다. 딸의 안정을 바랐던 친정 부모님은 시큰둥했지만 오히려 시부모님은 ‘아이 걱정 말고 하고 싶은 일 해보라’며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

 
 
때론 경영보다 엄마 역할이 더 힘들다
3년여의 연구 끝에 ‘스팀청소기’를 개발했을 때만 해도 성공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제품에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련이 찾아왔다. 바로 영업과 유통. 업계에 여성이 드물다 보니 남성 위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었다. 관련 단체나 정부기관에 가서 남성 담당자에게 무시당하는 건 예사. 어렵게 자리를 마련해 제품을 시연해도 ‘진공청소기가 있는데 그게 팔릴까요?’라는 반응을 보일 때는 ‘아이들도 내 손으로 못 키우며 내가 뭘 하고 있나’ 싶어 기운이 쭉 빠졌다. 마케팅 방법을 고심하면서 남자들이 ‘청소’ 자체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청소는 아내의 몫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생활가전을 사용하는 70~80% 이상이 여성인데 시장을 움직이는 건 남성이니 참 아이러니했다. 참고, 매달리고, 방법을 찾고… 인생 공부 많이 했던 시기다.
그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녀가 승부수를 던진 것은 주 소비자층인 주부들에게 제품을 직접 소개할 수 있는 TV 홈쇼핑. 예감은 적중했고 사상 유래 없는 매진 행진을 기록하며 ‘한경희스팀청소기’는 일약 ‘국민청소기’로 떠올랐다. 겁 없이 사업에 뛰어든 지 5년 만에 이룬 성과. 이후로 스팀다리미, 음식물처리기, 살균세척기, 화장품 등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을 거듭하고 있다.
“경영에서는 여성 CEO란 게 불리할 때가 많았지만 돌이켜보니 그만큼 기회와 장점도 많았더라고요. 주부들이 제품을 살필 때 어떤 부분을 눈여겨보는지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청소기 외의 다른 사업 아이템들도 대부분 남편, 아이들하고 생활하면서 ‘이런 게 필요하다’ 싶었던 것들이에요.”
출시되자마자 선풍적 인기인 살균세척기 ‘클리즈’ 역시 가족 먹을거리에 ‘목숨을 거는’ 엄마였기 때문에 선뜻 개발을 결정할 수 있었다. 농약이나 환경호르몬이 묻어 있을까 싶어 흐르는 물에 몇 번이나 채소와 과일을 씻어본 경험이 없었다면 그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한쪽에는 마스카라, 한쪽에는 속눈썹 고데기 기능을 갖춘 ‘히팅뷰러 마스카라’ 역시 그녀의 작품. 론칭 1년 만에 50만 개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인기가 대단하다.
“제가 유난히 메이크업에 서툴러요. 특히 마스카라로 속눈썹을 야무지게 올리지 못해 애를 먹지요. 가끔 화장실에서 라이터까지 이용해 속눈썹을 올리는 여성들을 볼 때마다 동병상련을 느꼈어요.”
대한민국에서 ‘워킹맘’으로 사는 것이 녹록치 않았을 것 같다고 운을 떼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일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거둔 그녀지만 집에서는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6학년 연년생 두 아들이 학교생활은 잘하는지, 학업이 떨어지진 않는지 전전긍긍하는 ‘보통 엄마’일 뿐이다.
“매일 아침 현관문을 나설 때 아이들이 늘 ‘엄마, 오늘 일찍 와!’ 인사를 했지만 ‘몇 시까지 온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노력할게’라고 애매하게 대답했어요. 그런데 큰아이가 여섯 살 무렵인가 ‘엄마, 오늘 일찍 오도록 노력해’라고 말하는 거예요. 피식 웃음도 나면서 미안해지고… 마음이 찡했죠.”
일하는 엄마들 대부분이 그렇듯 그녀 역시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하는 시간을 ‘밀도’있게 보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그래서 주말 시간은 온전히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전과 공연·전시장을 찾는 데 쏟아왔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진짜 원하는 건 그런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엄마와 함께 밥 먹고, 산책하고, 이야기하는 소소한 일상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러면서 지금 자신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연습 중이란다.
“중국 시장 공략과 아이들 교육을 위해 얼마 전 베이징에 가족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었어요. 남편과 아이들은 그곳에 있고 저만 한 달에 한두 번 한국에 오는데 며칠만 지나도 가족들이 생각나 빨리 가고 싶어져요. 어디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족이 머물러 있는 곳이 바로 ‘내 집’이니까요.”
여전히 그녀의 머릿속에는 주부들이 어떻게 하면 더 편해지고 시간을 아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앞으로 그녀가 또 어떤 제품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대되는 이유다.
 
 
기획 한보미 기자 ㅣ 사진 박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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